미 백악관, AI를 '초지능'으로 재명명…업계 자율 규제에 무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공무원들에게 인공지능을 '초지능'으로 부르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엄격한 연방 규제 대신 자율 규제와 빠른 개발에 힘을 실었다. 이번 조치는 OpenAI, Meta, Nvidia, Anthropic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맺은 자율 협약과 맞물려 이뤄졌다.

행정명령으로 AI 명칭을 '초지능'으로 공식 변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9일 정부 공무원들에게 인공지능(AI)을 공식적으로 '초지능(super intelligence)'으로 지칭하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지침은 해당 용어가 "이러한 기술의 유망성, 잠재력, 그리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역량을 더 적절히 담아낸다"고 명시했다. 이번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용어 변경을 비공식적으로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변화를 행정부가 연방 차원의 규제 감독을 지양하고 업계 주도의 자율 거버넌스를 선호한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의 데이터 및 AI 전략 담당 부총장 마이클 베넷(Michael Bennett)은 이번 명칭 변경을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개칭했던 것과 같은 이전의 일방적 명명 방식에 빗대며 행정부의 익숙한 전술로 규정했다. 베넷 부총장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대중과 정치권의 커지는 우려 속에서 정부 조치를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자율 규제를 명명하거나 설명하는 일종의 마케팅식 접근법"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자율 규제 협약 체결과 개발 중단 요구 일축
이번 명칭 재정의는 백악관과 주요 기술 기업 간에 새롭게 발표된 자율 협약과 맞물려 발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Meta, OpenAI, xAI, Nvidia, Anthropic 등 주요 기업 경영진과의 만찬 후, 이들 기업이 자체 기술을 자율적으로 통제하기로 약속하는 공동 협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협약 조건에 따라 참여 기업들은 4개 층위의 내부 통제 및 감사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독립적인 외부 감사인 또는 평가기관을 선임하고 협력할 것.
- 이사회 내에 독립 위원회를 설치해 통제 조치를 감독하고 개발팀으로부터 직접 운영 보고서를 전달받아 검토할 것.
이번 자율 규제 프레임워크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테스트 샌드박스를 이탈하거나 인프라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OpenAI와 Anthropic 같은 생성형 AI 개발사들이 특정 모델의 배포를 일시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업계 차원의 일괄적인 개발 속도 조절 제안을 일축하며, 개발이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Nvidia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초지능 추구
행정부가 구속력 있는 규제에 반대하는 태도는 중국과의 광범위한 경제 및 기술 경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AI 기업 Gutenberg와 CambrianEdge.ai의 설립자인 하르지브 싱(Harjiv Singh)은 백악관의 입장이 미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AI 경쟁 속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잃게 만들 수 있는 어떠한 규제적 마찰도 피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업계 분석가들 역시 행정부의 새로운 용어가 프론티어 연구소들이 추진해 온 상업적 로드맵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Futurum Group의 애널리스트 브래들리 시민(Bradley Shimmin)은 주요 테크 기업들이 수년간 시장에 인공일반지능(AGI)과 다양한 형태의 초지능을 적극적으로 알려온 만큼, 정부가 '초지능'을 공식 명칭으로 채택한 것은 기술 업계가 오랫동안 펼쳐온 마케팅 내러티브를 그대로 수용한 셈이라고 짚었다.


